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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안보의식 없는 청년층? 
밀레니얼 대북관 기성 시대와 크게 달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은 분리해서 봐야
정부는 지나친 확신에 국민 설득은 뒷전
“평화 분위기 조성돼야 통일 논의도 가능”

편집자주
이슈와 화젯거리를 이야기할 때 기성세대는 자주 핏대를 세웁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는 의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견 표출의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한국일보 인턴기자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밀레니얼의 시각을 담아 한국 사회를 ‘언박싱’ 해보겠습니다. 밀레니얼의 솔직한 체감지수를 느껴 보세요.파워볼사이트

철저한 반공 분위기 속에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음”을 엄숙히 암기해온 기성 세대는 대체로 통일을 시대적 과제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2030세대의 경우 마음 속에 ‘각자도생’, ‘생존주의’, ‘국가를 위한 희생 거부’ 등의 가치관이 자리잡으면서 기성 세대와는 다른 통일관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구과학대 국방안보연구소가 발행한 ‘2030세대의 통일관과 안보의식’ 논문을 보면 2030세대의 안보 의식에 대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라는 막연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맹신과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스님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분단 75년 특별기획 사진전-북한 민족문화유산의 어제와 오늘'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스님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분단 75년 특별기획 사진전-북한 민족문화유산의 어제와 오늘’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따금씩 2030세대도 전쟁 위험과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느낍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부터 2010년 천안함 폭침, 2018년 남북정상회담까지 양상도, 의미도 제각기 다른 사건들을 겪어왔죠. 가장 최근인 지난달 23일에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의 피격 사망이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피격 사건의 과정과 결말 역시 우리 분단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언젠가는 남북이 통일될 것이란 걸 전제로 한 말이죠. 그렇다면 지금 밀레니얼이 생각하는 북한은 어떤 모습이고,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요. 진보와 보수에 따라 양분된 대북정책과 거대 담론 위주의 통일교육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밀레니얼 세대 6명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봤습니다.파워볼실시간


북한, 볼 수 없고 갈 수도 없는 땅

티나: 어느 언론사에서 최근 실미도 50주년에 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했어. 해당 부대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 반공 시대를 안 살아봐서 그런가. 북한은 나에게 관념으로만 존재하고 실존적 공포로는 안 느껴졌는데 말이야. 이번 피격사건에도 ‘새삼 위협적’이라고 느꼈어.

펭수야 사랑해(펭사): 중국 단둥시에 갔을 때 압록강 너머로 신의주를 어렴풋이 본 적이 있었어. 나무도 없고 허허벌판에 아직 석탄 발전을 하는 모습이었어. 경제적 격차가 크게 느껴져서 그런지 심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졌어.

줌으로 공부함(줌공):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분리해서 봤을 때 우선 북한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확실히 멀게 느껴져. 그 어떤 나라보다 통제돼 있어서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다 보니 그런 것 같아.

분당동 갈치발(분갈): 맞아. 지척에 있는데도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외국보다 더 먼 느낌이잖아. 같은 민족이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데 그거 말고는 아무 공통점이 안 느껴져. 직접 사람을 면대면으로 못 만나서 그런가.

귀한곳에 누추한분(귀누):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해서 도와야 한다고는 생각해. 그런데 나는 안보적 위협이 무척 가깝게 다가와. 아버지가 군인이라 그런지, 연평도 사건 때도 그렇고 북한은 그 어떤 타국보다 더 적대적인 곳이야. 북한이 우리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멀지 않게 느껴지지만, 국가라고 생각하면 멀어지는 느낌이야.


연평도 갈등부터 남북정상회담까지

펭사: 보통 영화 보면서 안 우는데 유일하게 ‘연평해전’ 보고는 울었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 평화 분위기는 있었지만 북한에서 먼저 평화를 깬 경우가 많았잖아.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최근 공무원 피격 사건처럼. 솔직히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북한이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처럼 너무 제멋대로야. 그래서 난 통일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야.

줌공: 나는 무조건적인 반감은 들지 않아. 물론 이번 피격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등이 터지면 반감은 생기지만, 일순간의 감정이야. 전반적으로 우리하고 전선을 대치하고 있을 뿐, 북한을 악마화하는 건 공감하기 힘들어.

양꼬치엔 닭꼬치(양닭): 평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싶으면 그걸 깨는 사건이 일어나니까 그럴 때는 정말 안타깝지.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운데)와 하태경(오른쪽),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 유엔북한인권 사무소에서 유엔사무소 대표권한대행과 면담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운데)와 하태경(오른쪽),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 유엔북한인권 사무소에서 유엔사무소 대표권한대행과 면담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귀누: 김정은 위원장이 독재자, 인권유린 가해자라는 게 확실하고 그 피해가 우리 국민에게 가해지는 게 확실하잖아. 오히려 쉽게 용서하는 상황이 더 이해가 안 돼. 북한 사람들과는 별개로 김정은이란 인물에겐 확실히 부정적이야. 김 위원장이 미안하다고 하면 우리가 감사해야 하나.홀짝게임

양닭: 군대에서도 현재의 적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고 배웠어. 북한 주민이 아니라고 가르치잖아. 완벽히 구분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차이를 둘 필요가 있어 보여.

티나: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전면전보다 평화를 우선시하는 게 문제인가. 이럴수록 종전선언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 아닐까. 내 주변 사람들은 과거 트라우마 때문인지 우리도 맞대응하자는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정말 불안해해. 국경 지대의 주민들에게도 실존적 공포로 다가올 거고.

분갈: 무력 대응이 최후의 수단인 건 맞지만 국제사회에 제재를 요청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

귀누: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어. 방향은 그럴듯하지만, 자꾸 북한에게 져준다는 비난이 나오잖아. 왜 이렇게까지 북한 눈치를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돼.

티나: 그런데 나는 포용적 대북 정책이 지는 건 아니라고 봐. 국가간 관계에선 주면 손해, 뺏어오면 이익이라고 단순하게 프레임을 짜는 건 잘못된 것 같아.

줌공: 애초에 남을 신경 안 쓰고 상식선에서 행동하지 않는 정권을 정상범위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은 ‘을’의 노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어. 그런 국가를 상대로 우리도 ‘갑’이 돼보자고 할 게 아니라면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어.

분갈: 계속 연락하고 물밑 작업을 해야 되는 건 맞는데 국민 정서도 생각해달라는 거지. 여권은 지금 자신이 옳다는 도덕적 확신이 지나쳐서 여론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아.

양닭: 한편으론 북한 문제는 단편적 감정에 휘둘리고 정쟁 도구로 매번 사용되다 보니 평화를 아무리 외쳐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해. 회의감만 더 깊어지는 느낌이야.

귀누: 북한에 대한 정의부터 통일돼야 해. 괴뢰국인지,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하는 분단국가인지, 아니면 완전 타국으로 봐야 하는지. 이렇게 의견이 다른데 어떻게 현실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하겠어.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30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가를 따라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30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가를 따라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문화는 금기시하면서 통일은 무조건?

귀누: ‘대홍단 왕감자’, 리설주가 부른 ‘병사의 발자욱’ 등이 유행했을 때 휴전 상황에서 북한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도 되느냐는 댓글이 많았어. 최근 북한 문학 연구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예전엔 북한 책을 한국에 들여오려다 전부 압수당했대.

분갈: 우리 체계가 위협받을까 봐 북한 문화를 규제한다고 하는데, 우리 국민이 선동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어불성설이지.

티나 : 오해 살까 봐 거의 금기시된 단어인 ‘인민’도 한때 ‘국민’보다 더 널리 쓰인 단어였대. 1948년 제헌 헌법 초안에도 ‘인민’을 썼다던데. 국민, 시민과는 또 다른 의미의 학술적 단어인데 사회 분위기 때문에 못 쓰는 것 같아 안타까워.

줌공: 맞아. 예전에 홍대 술집이 인공기를 건 북한 인테리어를 했다는 것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잖아. 국보법은 특정 사상을 제한시켜서 우리 사회를 깨끗한 사상적 무균실로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봐. 하지만 그 자체가 대한민국이 표방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단순히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법 사유가 돼서는 안 돼. 그 점이 우리와 북한의 다른 점이잖아. 당시 홍대 술집을 두고 한 새터민은 ‘그런 술집을 운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이다’라고 말했는데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

양닭: 그들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문화를 접하는 것인데, 이거는 수용하고 저거는 수용 안 하는 ‘정도’를 정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펭사: 국보법이 1948년에 만들어진 거잖아. 그때 사회상과는 맞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 아울려. 북한에 대한 관점을 개인마다 자유롭게 수립해갈 수 있어야 진짜 자유민주주의잖아. 술집 같은 경우도 사장님이 손님에게 사상을 강요한 게 아닌데 왜 비판할까.

분갈: 이석기 내란죄도 마찬가지야. 통진당이 다시 선거에 나오면 국민들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상적으로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 같아.

귀누: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걸어놓은 건 좋아 보이진 않아. 우리나라에는 김 위원장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이 실제로 있잖아. 그럼에도 법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는 데에는 동의해.

지난 8월 28일, 평양 문화회관 광장에서 진행된 청년절을 맞아 마스크를 쓴 북한 청년들이 손을 흔들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28일, 평양 문화회관 광장에서 진행된 청년절을 맞아 마스크를 쓴 북한 청년들이 손을 흔들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양닭: 최근 통일부가 2030 세대를 겨냥한 통일교육사업에 박차를 가한다고 발표했어. 그런데 이런 행사나 사업들이 너무 이벤트 성격이 강하고 실질적으로 의식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

티나: 대북정책 관리하는 부서 이름이 ‘통일부’잖아. 이런 걸 보면 우리는 대북과 통일 정책이 구분돼있지 않고 혼재돼 있어. 통일을 전제로 하고 대북 정책을 집행하는 건가.

귀누: 통일교육이 아니라 ‘평화교육’이 맞다고 생각해. 통일은 좋지만 꼭 통일로 미래를 제한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평화가 통일보다 당위성이 더 크게 느껴지고 보편적이지. 그리고 통일교육은 강요의 측면이 크다고 느껴져. 평화를 위해 다양성을 포용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가르치고, 북한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풀어가는 과정이 돼야 해.

줌공: 평화교육은 통일 말고도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가르칠 수 있지.

분갈: 하지만 공교육부터 통일교육을 그만두면 유사시 통일이 됐을 때 북한에 대한 권리 자체를 주장할 명분이 없어질 것 같아. 우리의 이익을 우리 손으로 포기하는 건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줌공: 우리가 북한을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으니 평화교육이 맞다고 생각해. 구국 신장의 목적으로 교육하는 게 아니라면.

펭사: 정부가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게 통일이라면, 통일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만들기 등의 단편적인 행사로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건 너무 날로 먹으려는 태도인 것 같아. 새터민 특강 등의 이벤트 교육은 그날 하루만 하고 끝나는 거잖아. 사회주의나 그들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게 필요해.

양닭: 그래.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교육으로 변화했으면 좋겠어. 무조건적인 강요는 오히려 심리적 거리감만 심화시키니까.


원하는 통일상? 진짜 원하는지부터 물어봐야

귀누: 중국과 대만의 상황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뿌리와 언어, 문화는 비슷하지만 체제의 이질성을 느끼는 것처럼. 그런데 중국과 대만 보고 통일하라곤 안 하잖아. 우리도 통일하라는 데엔 감정적 이유만 있지 그럴듯한 이유는 부족한 것 같아.

양닭: 그런데 우리는 강제로 찢어진 측면이 강하잖아. 중국과 대만은 우리의 분단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예전에는 북한 내부에서 혁명 같은 게 일어나지 않을까도 생각해봤는데 새터민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부에서 체제 전복 자체가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인 것 같아.

줌공: 내가 생각하는 통일의 마지노선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 정상회담이었다고 봐. 시간이 갈수록 남북간 이질성은 강해지고 국민들 역시 분단상황에 무뎌질 텐데, 한민족이라는 당위성만 가지고 통일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거야. 서로를 인정하면서 교역하고 왕래하며 간접적 경제효과를 얻어가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2000년 6월 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영접을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0년 6월 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영접을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닭: 그러다가 자연스레 통일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게 학계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는 통일 프로세스이던데.

분갈: 경제적 논리로 봤을 때는 통일은 돼야 한다고 봐. 시장도 확 넓어질 거고 경제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 같아. 물론 남한의 경제적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줌공: 하지만 통일로 한정하지 않고 평화로 바꿔도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얻어지는 거야. 지킬 걸 다 지켜가면서 평화를 얻을 수는 없어. 대의적 목표를 위해선 굽히는 모양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너머를 바라볼 필요가 있어.

양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양보가 미덕이라고 하잖아. 굽히는 모양새로 보이는 그런 노력들이 길게 볼 때는 통일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로 볼 수는 없는 걸까.

귀누: 글쎄. 국가간 관계에서 양보라는 말은 이상해. 실질적인 인명피해도 있고 경제적 피해도 있는데 그걸 양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분갈: 퍼주기도 좋고 다 좋은데, 정부가 국민들을 달래거나 설득하려는 제스처가 전혀 없어서 괘씸해.

귀누: 정부 노선과 국민들 감정이 유리된 것부터 해결해야 할 거야. 국민들에게 진상을 제대로 설명한 다음에야, 어떤 정책이든 추진하는 게 맞겠지.

정리=장채원 인턴기자

참여=김단비, 노지운, 왕나경, 이인서, 장수현 인턴기자

부산 사하경찰서 은행 직원에 표창장

부산 사하경찰서 [연합뉴스TV 제공]
부산 사하경찰서 [연합뉴스TV 제공]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사하경찰서는 기지를 발휘해 전화금융 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은행 직원 A씨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A씨는 평소와 같이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보던 중 한 고객이 1천800만원을 인출하려던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은 증권사에 돈을 보내야 한다는 등 인출 이유에 대해 횡설수설했고, 이에 A씨는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이후 A씨는 해당 고객이 증권사 직원이라는 사람과 계속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전화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대신 통화해 보이스피싱 범죄인 점을 눈치챈 A씨는 전화를 끊지 않고 핫라인으로 구축된 사하경찰서 지능팀에 신고했다.

보이스피싱 예방 핫라인은 보이스피싱 예방과 검거 사례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다.

평소 보이스피싱 범죄에 주의를 해왔던 A씨 덕분에 고객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전달받는 대면편취형 수법이 크게 증가했다”며 “금융기관에서도 많은 양의 현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포털 증인, 한동훈 검사 참고인 채택에 여야 이견

(지디넷코리아=박수형 기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국정감사에 출석할 증인과 참고인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업자 관련 증인 채택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여야는 포털 증인 문제를 제외하고 일부 합의에 이르기도 했지만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의 증인 선정을 두고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대상으로 진행되는 종합감사에 증인과 참고인을 출석시키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인 15일까지 명단을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

일주일 전까지 출석 증인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해 송달 절차를 밟아야 법적 구속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지난 12일까지 추가 증인 논의를 마치기로 했지만, 이와 같이 국정감사법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15일까지 출석 증인을 확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포털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포털에 대한 증인 출석 문제를 한 쪽에서 무조건 막겠다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해진 GIO를 비롯한 포털 창업자 출석을 요구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고 민주당 측에서는 편집 알고리즘 문제를 질의하기 위해서는 현업 실무 임원 선에서 증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완고한 만큼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

포털 증인 신청 문제에 변수도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소관하고 있는 정무위원회가 한성숙 네이버 사장을 추가 출석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 상임위에서는 현업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하는데, 다른 상임위에서 야당의 의견대로 창업자를 불러내기에 기업 옥죄기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과방위와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정감사 일정과는 별도로 감사 자료 정리 일정에 맞춰 네이버를 방문해 한성숙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과 면담을 갖기로 한 점도 포털 증인 채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포털 외에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인 구글과 넷플릭스 출석 증인은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앞서 선정한 증인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적임자를 찾는 부분에 합의점을 찾았다.

또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강력하게 요구한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 관련 인물도 출석 증인에 포함시키는데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한동훈 검사의 참고인 채택 문제로 여야의 협의가 중단돼 있다. 한동훈 검사가 직접 국회에서 진술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 의원에 전하면서, 야당 측은 한 검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추가 증인 선정 합의에서 한 검사 참고인 출석을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 합의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과방위를 포함해 모든 상임위에서 수사와 감찰 중인 사안에 대한 증인 참고인 협상은 모두 거부하고 있다. 관련 법에서도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수형 기자(psooh@zdnet.co.kr)

국립문화재연구소, 디지털이미지 분석 연구결과 발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미국업체가 복원한 광화문 해치상의 추정위치를 보여주는 합성사진. 허옇게 보이는 해치상은 원래 자리로 추정되는 위치에 올린 가상 이미지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미국업체가 복원한 광화문 해치상의 추정위치를 보여주는 합성사진. 허옇게 보이는 해치상은 원래 자리로 추정되는 위치에 올린 가상 이미지다.

광화문 ‘해치상’(獬豸像)의 원래 위치가 현재 표지석 위치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치상은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상상의 동물로, 화재나 재앙을 막는 힘이 있다고 여겨져 예로부터 궁궐이나 절 등 중요 시설 앞에 세웠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미국 이미지 분석 전문업체 웨이퍼마스터스사와 협업해 해치상의 원래 위치를 추정·복원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서편 해치는 현재 광화문 광장에 있는 해치상 표시석보다 동북방향으로 약 1.5m떨어진 곳, 동편 해치는 해치상 표시석의 서북방향으로 약 1m 떨어져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광화문 광장의 사진. 동서 해치상의 원래 위치와 현재 위치, 표시석 위치를 각각 표기해 놓았다. 지금 해치상은 광화문 코앞에 바짝 붙어있고, 표시석은 원래 추정위치보다 동쪽 서쪽으로 좀 더 벌어진 지점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광화문 광장의 사진. 동서 해치상의 원래 위치와 현재 위치, 표시석 위치를 각각 표기해 놓았다. 지금 해치상은 광화문 코앞에 바짝 붙어있고, 표시석은 원래 추정위치보다 동쪽 서쪽으로 좀 더 벌어진 지점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소와 업체 쪽은 과거의 유리건판 사진과 같은 구도로 현재의 북악산과 광화문 일대를 찍은 뒤 사진에 나타난 피사체 좌표를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측량했다. 그 뒤 현재와 과거 사진을 합성하고 사진상의 위치 좌표를 분석해 해치상의 원위치를 파악했다.

지금까지 해치상의 원위치를 찾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자료의 한계로 어려움이 컸다. 1900년대 초반 나온 유리건판 사진만이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할 실마리였다. 이런 한계를 딛고 디지털 이미지 분석이라는 첨단 기법을 도입해 해치상의 원래 위치를 밝혀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다. 연구소 쪽은 “비교적 정확한 발굴 근거를 토대로 복원된 실제 광화문과 이미지 분석을 통해 측량한 광화문의 좌표를 비교한 결과, 약 2.5% 정도의 오차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독일인 헤르만 산더가 소장했던 1906~1907년 서울 광화문 일대 사진. 월대 앞 원래 자리에 놓였던 서쪽 해치상이 보인다.
독일인 헤르만 산더가 소장했던 1906~1907년 서울 광화문 일대 사진. 월대 앞 원래 자리에 놓였던 서쪽 해치상이 보인다.

해치상은 본래 광화문의 월대(月臺) 앞 양쪽에 각각 세워져 있었다. 1920년대 조선총독부청사 건립 과정에서 광화문과 함께 뜯겨 총독부 청사 앞으로 이전됐다. 1995년 총독부 청사가 철거된 뒤 광화문이 2008년 지금의 자리에 복원되자 해치상도 문 바로 앞으로 옮겨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연구 성과는 16~17일 대전 유성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리는 ‘문화재 보존과학 학술대회’(conservation-live.co.kr)에서 발표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제공

여성단체와 천주교 일부 신자가 낙태죄 완전 폐지를 반대한 천주교단을 강력히 비판했다. 자신의 세례명으로 의견을 전한 1000여명의 천주교 신자는 교단도 바뀌어야 한다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1015명 천주교 신자들 ‘낙태죄 개정 반대’ 천주교단 강력 비판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참여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15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선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회견에서 한국천주교교주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낙태죄 개정 반대 입장을 강력히 비판하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여성 인권은 제쳐두고 ‘태아 생명’만 부르짖는 교회와 천주교에 실망과 분노를 전한다”며 “낙태죄 전면 폐지에 적극 찬성한다”고 알렸다.

당시 천주교교주교회는 “(법무부의 낙태죄 폐지) 입법 추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법적 공백’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폐지를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고, 이달 7일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떤 경우에든 본인 결정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낙태죄로 여성 인권은 침해돼…형법으로서 낙태죄 사라져야”
━공동행동은 “낙태죄는 여성이 겪는 문제이기에 교회·정부·국회는 무엇보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성차별에 침묵하고 일조하는 대신 교회 내 성차별 문제에도 소리 높이는 등 여성의 삶과 인권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시대에 발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온라인 설문 형식으로 1015명 천주교 신자의 낙태죄 폐지 지지 의견을 전송자의 세례명이 표기된 형식으로 받았다.

서울에 사는 41세 신자라고 밝힌 마리아는 “천주교회는 산모가 죽을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라 할지라도 낙태 반대하며 태아 먼저 살리라고 할 정도”라고 규탄했다.

이어 “교회는 오히려 임신중단하는 여성들을 죄인으로 몰고 교회 공동체에서 내쫓으려고 한다”며 “반면 함부로 성관계 강요하는 남자들, 자기 필요에 의해 여자에게 임신중단 강요하는 남자들의 잘못에 대한 비판은 일언 반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신자 요안나(세례명)는 “여성의 행복권·자기결정권의 요구에 대해 남성들로만 구성된 주교님들께서 섣부르게 예단하는 데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안젤라는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없을 것이고 다만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을 뿐일 것”이라며 “형법으로서의 낙태죄는 없어져야 하며, 교회는 대신 ‘낙태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더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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