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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험장 시험 전 정오표 칠판에 적어
수험생들 수정된 문제 촬영해 공유 의혹
경찰청 책임 인정 “큰 불편드린 점 사과”
구제 조치로 필기 500여명 추가 합격 예상

[서울신문]

순경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진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공업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시험장 입구에서는 방역 관계자가 응시생들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2020.9.19뉴스1
순경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진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공업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시험장 입구에서는 방역 관계자가 응시생들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2020.9.19뉴스1

지난 19일 5만명 이상 응시한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미리 유출돼 논란이 일자 경찰청이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필기 불합격자에게 1문제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해 추가 합격시키기로 했다.파워볼사이트

경찰청은 20일 “일부 지방경찰청 시험장에서 순경 시험 선택과목인 ‘경찰학개론’ 9번 문제의 정오표가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공지되는 등 시험관리상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응시자들께 큰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남지방청 등 2684개 고사실 가운데 25곳(0.9%)에서 시험 감독관이 휴대전화와 수험서 등 소지품을 걷기 전 잘못 출제된 경찰학개론 9번 문제를 바로잡은 정오표를 칠판에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장비 사용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고르는 문항이었다. 일부 수험생은 칠판에 적힌 정오표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모바일 메신저 등에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험생들은 한 문제로도 당락이 갈리는 순경 시험이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며 전원 재시험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이에 경찰청은 필기합격자 수를 늘려 응시자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논란이 된 경찰학개론 9번 문제가 내용상 출제 오류는 없으므로 정답을 ④번으로 확정해 채점하고 기존에 공고된 선발 예정 인원에 따라 필기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와 별도로 9번 문제로 탈락할 수 있는 응시자를 구제하고자 모든 불합격자에게 1문제에 해당하는 점수(예상 3.0~3.5점)를 부여해 필기 합격자 커트라인(최종 선발인원의 1.5배수)을 넘은 인원은 추가 합격시키기로 했다.

경찰청은 두 그룹의 합격자를 통합해 전형을 진행하면 경쟁률이 상승할 수 있다며 체력검사, 면접 등의 절차를 따로 진행해 최종 인원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최종 합격 인원의 1.5배수인 4100여명이 필기전형에 합격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구제 조치로 500여명이 추가로 합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종 합격 인원수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기존 선발 예정 인원 2735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순경 채용에는 5만 1419명의 응시자가 몰려 1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공연예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공연예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김홍걸 의원 제명 결정을 일컬어 “강력한 자성의 조치”(신영대 대변인)라고 했다. 결정이 빨랐고 강도가 예상보다 세긴 했다. 윤리감찰단 출범부터 당대표 보고까지 만 이틀, 이후 최고위 의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불과 50시간만에 제명 의결이 이뤄진 배경에는 취임 전부터 “민주당의 기풍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낙연 대표의 결단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파워볼실시간


취임 3주만에 읍참마속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 본인이 대표에게 직접 (재산신고 누락 과정을) 소명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윤리감찰단의 제명 요청 2~3일 전 김 의원이 (이 대표에게) 통화를 요청해 연결이 됐고, 여러가지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하면서다. 앞서 김 의원측은 10억원대 분양권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산신고에 누락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양권이 신고 대상인지도 몰랐다. 누락은 보좌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김 의원 전화를 받은 뒤에도 ‘윤리감찰단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뜻을 고수했다고 한다. “윤리감찰단 조사 과정에 대표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할 뿐 아니라, 영향을 미칠만한 별다른 사정이 (김 의원에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핵심 관계자)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경선 때부터 ‘민주당판 공수처’란 별칭을 내세우며 윤리감찰단 출범을 공언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을 단장에 앉힌 뒤 이 대표가 첫 사건부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18일 제명 결정을 내린 비례대표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18일 제명 결정을 내린 비례대표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한 최고위원은 “윤리감찰단장에게 ‘긴급 처리 요망’ 보고를 들은 이 대표가 지체없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최고위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18일 추석 전 민생 점검을 위해 방문한 서울 종로 통인시장 일정을 20분 가량 앞당겼다. 이날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한정 등 동교동계가 미리 김홍걸에 결단을 요청하긴 했지만, 어쨌든 DJ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 속내는 편치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파워볼


이상직·윤미향은
초강수로 평가받는 DJ 3남 제명 결정을 두고 복수의 최고위 참석자들은 “사안이 너무 명료해서 다른 대응을 고민하기 어려웠다”, “(제명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재산신고는 선출직 공직자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인데, 그걸 안 지키고도 본인이 공식 사과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미뤘다”는 점을 제명 결정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관련 등 여러 난제가 얽힌 상황에서 (당내 일부 인사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과잉 대응했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라며 “(제명 결정은)기풍쇄신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윤리감찰단에는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및 임금체불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 사건이 남아있다. 20일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사실관계가 파악되는대로 가능한 추석 전 처리해야 한다”(지방 재선), “김 의원 사례에 비춰 (감찰단의) 강도 높은 조치가 예상된다”(수도권 초선)고 했다. 일각에선 “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비례 초선)며 2회 연속 제명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조사한다는 원칙 하에 당규에 따라 최 단장이 이 대표에게 사안을 일대일로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왼쪽)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황희-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왼쪽)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황희-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다만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덮어두기’ 기류다. “이미 검찰에서 조사가 끝나서 기소가 된 상황이라 (당 자체 감찰) 실효성이 떨어진다”(최인호 수석대변인)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국민의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도 의혹만으로 제명이 됐는데, 범죄사실이 확인돼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한 윤미향은 여전히 건재하다. 왜 모르쇠인가”(배현진 원내대변인)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20일 “윤미향 의원 건은 이제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이미 의혹 검증, 사실 판단이 사법부로 다 넘어가지 않았나. 김홍걸·이상직과는 다르다”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추미애 아들 특혜의혹]

국방부 문건
국방부 문건

국방부가 지난 2017년 6월 25일 당직병사였던 현모씨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3차 휴가 연장을 지시한 대위가 누구인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도 쉬쉬한 정황이 담긴 국방부 내부 문건이 나왔다.

20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입수한 국방부 인사복지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씨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개인 연가로 처리하도록 현씨에게 지시한 사람이 상급부대 지원장교인 김모 대위로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에는 ‘(휴가 지시) 지역대 지원장교(대위 김OO)로 추정, 단, 지원장교는 기억 못함’ ‘당시 간부 복장 : 지역대 본부 장교(한국군 전투복, 육군본부 마크 부착), 지원대(반)(미군 전투복, 미군 부대 마크 부착)’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은 지난 8일 최종 작성됐다. 현씨와 지원장교 김모 대위가 지난 9일 검찰에서 대질 조사를 받기 전이다. 현씨는 지난 6월 참고인 조사에선 김 대위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최근 조사에선 “나에게 서씨 휴가 연장을 지시한 장교가 김 대위가 95% 맞는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가 처리 지시자가 김 대위인 줄 알면서도 국방부가 이를 감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씨 변호인단은 “사건 당시 서씨와 당직병사 현씨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서씨 변호인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말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부대일지, 복무기록 등에서 서씨 휴가와 관련한 날짜, 기간 등도 모두 제각각이다. ‘진료가 없는 날은 병가 대신 개인 연가 처리가 타당하다’는 2016년 국군 의무사령부 공문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도읍 의원은 “국방부는 서씨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2월부터 사건 내용을 파악해 왔다”며 “그런데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숨긴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4> 오사카 니코틴 살인 사건

2017년 4월 우모(당시 21)씨가 극단적 선택을 위장해 아내 김모(19)씨를 살해하는 데 사용한 니코틴 원액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4월 우모(당시 21)씨가 극단적 선택을 위장해 아내 김모(19)씨를 살해하는 데 사용한 니코틴 원액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편집자주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서 ‘초능력자’처럼 등장해 범죄자의 감정선을 무너뜨리는 프로파일러. 그러나 실제 프로파일러는 끊임없이 범죄자 심리나 행동패턴을 분석해 범행의 이유를 찾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월요일마다 범죄 현장 뒤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최 경위, 용의자인 남편 진술이 탄탄하긴 한데 사건이 좀 의심스러워요. 검토 한 번 해주시죠.”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던 2017년 12월 어느 날. 충남경찰청 프로파일러 최규환 경위에게, 유제욱 세종경찰서 형사1팀장이 찾아왔다.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있는데, 용의자 진술이 논리 정연해 프로파일러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유 팀장이 말한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2017년 4월 25일 오전 2시 50분쯤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난 아내 김모(당시 19)씨가 여행 첫날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 김씨는 호텔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화장실에는 카테터(가느다란 관)와 주사기가 있었다고 한다. 침실에 있던 남편 우모(21)씨는 “쿵 소리가 나 화장실 안을 확인하니 아내가 숨져 있었다”며 일본 경찰에 신고했다. 객실 안에는 둘만 있었고, 내부에 폐쇄회로(CC)TV는 없었다.

우씨는 아내 김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일본 경찰에 진술했다. 사망 직전 김씨는 가족들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 “결혼을 반대해 우울하다, 나 없는 셈 치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 김씨는 전에도 자해를 하거나 유서를 쓴 적이 있었다. 일본 경찰은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김씨의 시신은 화장돼 한국으로 이송됐다.

자살로 묻힐 뻔 한 사건이 다시 떠오른 건 사망 2주 후인 5월 9일이었다. 보험사 조사관이 유 팀장에게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우씨는 5월 4일 S화재 보상센터에 사망 보험금 수령을 문의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은 자살 유가족이 사망 일주일 만에 보험금을 신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당시 자살은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은 남편 우씨는 분을 삭히지 못하며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 우씨의 목소리엔 슬픈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노린 ‘위장 살인’이 아닐까 의심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유족이 슬퍼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용의자로 몰 수도 없는 일. 남편 우씨는 태연한 태도로 일관되게 진술했고, 담당 수사관들을 형이나 누나로 부르며 따를 정도로 수사에 협조적이었다. 추후 결정적 단서가 된 우씨의 휴대폰 메모는 이제 막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맡긴 참이었다. 자살 유가족인 우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수사하기엔 확신이 부족했다. 우씨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완벽해 보였던 시나리오… 조목조목 뜯어보니 모순 수두룩

일본 오사카에서 우씨와 김씨가 묵은 호텔 건물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오사카에서 우씨와 김씨가 묵은 호텔 건물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서 수사팀과 최 경위는 투트랙으로 움직였다. 수사팀은 앞서 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일기장을 토대로 우씨가 말한 사건의 경위를 반박할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최 경위는 우씨 진술 자체를 분석했다. 이 진술들 사이 모순점을 발견해 진술 내부로부터 신빙성을 깨는 것이 수사팀과 최 경위의 전략이었다.

2018년 1월 29일 최 경위는 우씨의 진술 기록 5가지를 공유 받았다. 세종서 수사팀 기록(2017년 8월ㆍ2018년 1월)과 김씨의 언니 B씨와 어머니 C씨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한 내용(2017년 4월ㆍ5월ㆍ10월)이었다.

이를 통해 본 우씨의 스토리는 일관돼 보였다. “샤워를 마친 뒤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잠시 후 ‘쿵’ 소리가 났다. 가보니 아내가 쓰러져 있었고 약물이 든 주사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아내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진술이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최 경위는 우씨의 진술 밖에 존재하는 신혼여행 첫날밤의 호텔방 상황을 재구성해 보려고 시도했다. 아내가 사망할 때 남편은 침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우씨는 나중에 처형에게는 “침대에 걸터 앉아 졸고 있었다”고 말했다가, 수사관에게는 “이부자리를 정리했다”거나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하는 등 엇갈린 증언을 했다. 또 우씨는 “아내가 죽기 전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화장실 밖에 있던 우씨가 알 수 없는 정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최 경위의 경험상 이런 진술상 모순은 순발력 좋은 계획범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범인이라도, 사건 현장의 모든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 계획범은 순발력을 발휘해 디테일을 지어내게 되는데, 세부 정보가 워낙 많아 반드시 진술 사이에 모순이 생긴다. 최 경위는 우씨의 진술에서 이런 불일치를 13건이나 발견할 수 있었다.

수사팀이 압수해 분석한 증거물에도 우씨 진술을 무너뜨릴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씨 자택에서 확보한 일기장에 따르면, 우씨는 2016년부터 보험금을 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일기장에는 ‘여자친구와 싸우고 설득해 보험에 가입시킨다. 예상 금액 10억(2016년 3월 기록)’ 등의 메모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또 우씨가 2016년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을 든 뒤, 친구를 오사카로 데려가 비슷한 방법으로 니코틴 주입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정황도 나왔다.

경찰이 포위망을 좁히자, 우씨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형ㆍ누나 하며 따랐던 수사관들에게 반말을 했고, 몇 시간을 노래만 불러 수사관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그딴 걸 왜 묻냐”며 면박을 줬다. 우씨의 돌변은 궁지에 몰려 당황한 사람의 공격성이 표출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착한 척’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본색이 드러난 것일 뿐이었다.


죽은 아내의 심리를 부검하다

계획살인의 증거가 속속 드러났음에도 우씨는 여전히 뻔뻔했다.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사망 전 아내가 가족에게 보낸 음성메시지, 자해 이력, 유서를 쓴 적 있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강조했다.

경찰 수사는 아내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동기가 없었던 점을 규명하는 데 집중됐다. 최 경위가 떠올린 수단은 ‘심리 부검’이었다. 심리 부검은 고인의 주변인을 면담해 생전 심리상태를 복원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일반 부검이 시신을 분석해 고인의 물리적 사망 경위를 밝히는 일이라면, 심리 부검은 마음을 뜯어보는 셈이다. 심리부검이 경찰 수사에 실제 쓰이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여러 증거 앞에서도 자백하지 않는 우씨를 무너뜨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봐야 했다.

분석은 2주간 이뤄졌다. 대상은 11명. 김씨의 부모님과 언니, 초등ㆍ중학교 친구, 아르바이트 동료들까지 만났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억울함을 쏟아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데 일본 경찰이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특히 언니 B씨가 전해준 우씨와 김씨의 관계는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우씨는 ‘김씨가 가족 때문에 우울해하며 우씨와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고 김씨 주변인들이 믿게 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김씨 가족들에게 김씨인 척 “임신을 했으니 우씨와 결혼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었다. 알고 보니 이전에 김씨가 썼다는 유서도 우씨가 강제로 쓰게 한 것이었다. 친구들은 김씨의 자해 경험이 우씨의 데이트 폭력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최 경위는 “자살 가능성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결론 내렸다. 김씨는 친구들에게 우씨와의 일본 여행이 설렌다고 했고, 휴대폰으로 ‘이쁜 아이 이름’을 검색하는 등 결혼생활을 기대했던 정황도 나왔다. 이후 최 경위가 진행한 사이코패스(PCL-R) 검사에서 우씨는 40점 만점에 26점을 받았는데, 이는 강호순(27점), 조두순(29점), 이영학(25점)과 비슷한 점수다.

2018년 8월 30일 대전지법은 살인ㆍ살인미수ㆍ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ㆍ상해ㆍ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심리부검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심리부검보고서가 법원에서 인정받은 첫 사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안전은 생명이다> ⑥
5년간 사업용차 사망자 30% 감소
버스 41% 줄었는데 화물차는 3.2%
과속, 과적, 과로의 ‘3과 운행’ 원인
“업체와 운전자의 관행 개선도 절실”

지난해 말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상주영천고속도로 다중추돌사고 현장. 최근 검찰은 "조사결과, 화물차의 과속이 사고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상주영천고속도로 다중추돌사고 현장. 최근 검찰은 “조사결과, 화물차의 과속이 사고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11시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수원신갈IC 부근에서 50대 남성이 운전하던 1톤 화물차가 도로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다시 튕겨 나온 화물차는 뒤따르던 다른 트럭 2대와 버스 등에 연이어 부딪혔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인 부인이 모두 숨졌다. 경찰은 화물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6일에는 전남 순천의 벌교 방향 도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1톤 화물차가 앞서 달리던 1톤 트럭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뒤 인근 주유소 담장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 심한 상처를 입은 화물차 운전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화물차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택시 사고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버스·택시·화물차 등 사업용자동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나 감소했다. 2015년 904명에서 지난해 633명으로 크게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버스는 무려 41.3%, 택시도 33.9%나 사망자가 감소했다. 렌터카도 31%가 줄었다. 그런데 화물차는 불과 3.2%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년간 누적 사망자 수도 화물차가 1143명으로 택시(970명), 버스(784명)보다 많다. 특히 2016년까지는 택시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지만, 2017년부터는 화물차가 이를 추월했다. 사업용 화물차의 5년간 사고 건수(3만 1740건)와 사망자 수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이틀에 한 명씩 숨진 셈이 된다.

이 같은 화물차 사고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의 조은경 선임연구원은 “화물차 등록대수가 늘어난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과적과 과속, 과로 운행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우선 과적은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는 건 물론 도로포장을 파손해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9.5톤 화물차가 과적(18.5톤 적재)한 경우와 정량(9.5톤) 적재했을 때 제동거리를 실험했더니 과적 차량은 시속 60㎞에서 마른 노면은 37%, 젖은 도로에선 35%가량 정량적재 차량보다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더 길었다. 그만큼 유사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2018년 10월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 인근에서 화물차 등 차량 3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 인근에서 화물차 등 차량 3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연합뉴스]


졸음운전을 부르는 과로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사업용 화물차의 교통사고 현황을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10~오전 6시 사이 교통사고 치사율은 9.34로 사업용 화물차 평균 치사율(3.60)의 2.6배나 됐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사상자 100명당 사망자 수다. 보다 많은 화물을, 빨리 운반해야 하는 사업용 화물차의 속성상 과속 역시 늘 꼽히는 사고 이유다.

이 때문에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에선 ‘고속도로 합동 단속팀’을 꾸려 과적 화물차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또 과로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화물차 운전자가 2시간 이상 연속 운전하면 최소 15분을 쉬도록 관련 규정도 손보고 있다.

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화물차 사고를 줄이려면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물류 업체와 운전자가 과적과 과속, 과로 운행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존 관행을 개선하는 등 자발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한국교통안전공단ㆍ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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